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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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22-11-03 19:3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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밤의 정령들이 춤추는 시간.
어둠이 내리고도 한창이 더 지난 뒤부터 나는 별장 마당에다 모닥
불을 피워 놓고 앉아 소주를 마시기 처음 했다. 길 떠나는
사람을 배웅하듯 유리문 사이에 서서 나를 내다보려는 것 같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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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닐봉지에 담긴 소주를 건네 받고 돈을 내밀며 나는 물었다.
`아뇨 엄마하고 아버지는 밭에 일하러 가셨어요. 지금은 한창 바
쁠 때거든요. `
거스름돈을 내밀며 그녀는 조금 웃어 보였다. 하지만 요원한 꿈
을 좇다가 갑작스럽게 현실로 되돌아온 사람처럼, 어설픈 웃음에도
불구하고 그녀의 눈망울에는 알 수 없는 여백이 떠올라 있었다. 그녀가 설령 마녀의 저주에 걸린 공주라 해도, 내가 그녀를
구해 줄 수 있는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는 현실감이 문득 정신을
일깨운 것이었다. 밖으로 나서서 유리문을 닫아 주려고 하자 놔두세요,
하고 말하며 그녀가 열린 공간 앞으로 한 발 다가섰다. 그래서 가볍게, 그녀에게 눈인사를 건네곤 곧장
등을 돌렸다. 그
래서인가, 더 이상 해야 할 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뜻
가게를 빠져 나가지 못했다. 낮 동안의 이른 더위
에 비해 밤에는 스산하다 싶을 정도로 기온이 낮아졌지만, 가늘면서
도 끈덕지게 너울거리는 불꽃이 내 주변에다 부드러운 박막을 형성
하는 것 같아 한결 마…(skip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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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. 그때 어색한 침묵을 걷어 내기 위해서
인 듯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. 하지만 유리문과 유리문 사이, 내가 빠져 나
온 그 공간은 여전히 열려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모습을 감추고 없
었다.
소주가 담긴 비닐봉지를 뒷좌석에다 던져 놓고 내가 마악 운전석
문을 열었을 때, 얼핏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나는 재빨
리 뒤를 돌아보았다.
`그 소주, 혼자 다 드실 건가요?`
`이거요? 그냥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비축해 두려구요. 별
장이 너무 후미진 곳에 있어서 밤이면 쫌 무섭기도 하구요. 아무튼
제가 다 마시게 되겠죠 뭐. `
그 말을 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진득한 미진함을 털어 낼 수 있
었다.